※ 이 글은 엄기호·하지현 선생님의 저서 『공부 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의 서문을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나는 공부의 자식이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로 지금에 이르렀고, 공부로 먹고살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살 것 같다. 공부를 싫어하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살 것 같다. 공부를 싫어하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면 공부하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고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우고 그럴 때마다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는 기쁨을 느낀다. … [Read more...] about 공부의 식민지가 된 삶에 대하여
사회
기자들이 아무렇게나 익명 보도를 남발하는 이유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지난 17일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난 양산 ㄱ 산업에 대해 안전진단 명령과 함께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창원시 신촌동 한 스테인리스 강판업체에서 … 몸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ㄱ(26·진주시 도동천로) 씨가 압사했다.” 위에 인용한 글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전하는 기사 중 일부다. 사고가 발생한 회사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왜 회사 이름을 밝히지 못했을까.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해서? 그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걸 수 있어서? 아니면 로비를 받아서? 셋 … [Read more...] about 기자들이 아무렇게나 익명 보도를 남발하는 이유
공감 교육이 무의미한 이유
공감(empathy)이라는 개념은 오래도록 심리학, 교육학, 조직학, 경영학, 윤리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 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꾸려가는 사회 질서 속에서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가질 수 있는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섣불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협상이나 설득 등 비즈니스 중요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혹은 인간 행복의 기본 뼈대라 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연인, 동료 … [Read more...] about 공감 교육이 무의미한 이유
긍정적인 선입견, 무엇이 문제일까?
※ 본 글은 npr에 게재된 「'Strong' Black Woman? 'Smart' Asian Man? The Downside To Positive Stereotypes」를 번역한 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자 수학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채점한 시험지를 엎어서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면 페이지 끝만 살짝 뒤집어 동그라미 안에 적힌 점수를 확인하곤 했죠. 79점에서 64점으로, 또다시 56점으로, 점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점수를 물어오면 … [Read more...] about 긍정적인 선입견, 무엇이 문제일까?
상대적 빈곤율에 대하여
회사가 공동 연차라 휴무였던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에 볼일도 있고 급하게 처리할 일도 있어 잠시 회사에 나왔다. 아이들 유치원이랑 학교를 다 데려다주고 길을 나서니 아홉 시가 넘었는데 오랜만에 늦은 오전 1호선 전철에 몸을 실었다. 늦은 오전에 탔지만 대략 18년 전 1호선 전철로 인천-서울 통학하던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노인도 많이 보이고 방학을 맞아 서울 구경을 하러 가는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다 대방역 정도에 어느 아저씨가 전철에 탔다. 맨발에 다리도 조금 … [Read more...] about 상대적 빈곤율에 대하여
한진그룹 세 자녀의 꼬리 무는 갑질, 그 이유는
“또 그랬네. 그거 그 집안 가족력인가 봐.” 한진그룹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얘기다. 조양호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그동안 세 자녀의 갑질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던 경우 또한 한두 번이 아니다. 꼬리를 무는 세 자녀의 갑질 이번엔 세 자녀 중 막내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가 물의를 일으켰다. 대한항공 광고대행사와 회의를 진행하는 중에 답변을 제대로 못 … [Read more...] about 한진그룹 세 자녀의 꼬리 무는 갑질, 그 이유는
‘슬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하여
2014년 5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학내 추모 행사 개최,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성명 발표 등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추모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는 대자보들이 나붙었다. 모임, 술자리, 강의실, 과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는 금기가 되었다. 고작 학내 추모공간을 만드는 일,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학교에 불러 이야기를 듣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임을 그때 처음 알았다. 참사 이후 겨우 한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때 이 대자보를 썼다. 그대, 자유로이 … [Read more...] about ‘슬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하여
쓰레기 584년 치 분리수거한 고시원 총무, 성악설 믿는다
당신이 낙천적인 사람일지라도 수십 명이 사는 건물에서 매일 나오는 쓰레기를 1,280번 이상 분리수거 했다면, 결국에는 성악설을 믿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서울의 어느 고시원 총무이며 경력은 3년 6개월(1,280여 일)이다. 고시원 총무에게 분리수거는 가장 일상적이면서 지저분한 일과다. 그만큼 사람들의 분리수거 습성에 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지난 1,280일 동안 내가 분리수거한 쓰레기의 양은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일반쓰레기 11.52톤, 음식물쓰레기 1.28톤, … [Read more...] about 쓰레기 584년 치 분리수거한 고시원 총무, 성악설 믿는다
노인들의 고독사 예방에 나선 일본 전력 회사
※ 본 글은 블룸버그 지에 게재된 「How Power Companies Can Save an Aging Japan」을 번역한 글입니다. 2년 전, 일본은 전쟁, 기근,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이정표를 통과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평균 연령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세상을 떠나는, 이른바 '고독사'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 [Read more...] about 노인들의 고독사 예방에 나선 일본 전력 회사
호칭을 없애면 조직문화가 바뀔까?
‘호칭을 없애 수평적 조직 문화 이룩하겠다’는 말을 접한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그게 되겠어?" 혹은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 그렇다. 이 조직에 나름 오랫동안 몸담은 적이 있던 나의 의견 또한 전자에 가깝다 하겠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게 되겠어? 가 아니라 절대 안 된다는 것에 가깝다. ‘왜 되지 않을까’의 일반적인 이유는 나보다 훨씬 경험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수학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생활에 어떻게 … [Read more...] about 호칭을 없애면 조직문화가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