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라는 것에는 일종의 착시가 있다. 이 문제가 한 세대 혹은 한 시절의 문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개 청년 문제란 취업 문제로 수렴된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해소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20대까지는 취업을 미루면서 양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많은 청년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 자리라는 게 처음 꿈꾸었던 것만큼 윤택하고 좋은 자리는 아닐지라도 몇 가지 부분들을 절충하며 그들 … [Read more...] about ‘청년 문제’에는 일종의 착시가 있다
사회
‘나’로 잘살면 증오는 멈춘다
영화를 보고 난 뒤끝이 찜찜했다. 악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마블 시리즈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마지막 장면은 악을 상징하는 타노스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마블 영화는 영웅이 악을 무찌르고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한다는 스토리가 반복된다. 뻔한 내용이지만 계속 흥행하는 이유는 아직도 사람들은 ‘권선징악’과 ‘정의’에 목말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실망스러웠던 건 너무 현실다워서다. 현실에서 공평한 정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은 ‘착하게 살아서 손해 봤다’는 … [Read more...] about ‘나’로 잘살면 증오는 멈춘다
연대, 투쟁, 승리의 기록: 『유럽 낙태 여행』
『유럽 낙태 여행』은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에서 글썽글썽하며 읽었다. 눈물이 헤픈 편인 나는 서로의 고통을 짐작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서사에 특히 약한데, 여자들의 연대라니.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필시 나를 이상하게 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고, 아주 유익했다. 책은 예정에 없이 책방 무사를 방문했다가 샀다. 봄알람 팀이 유럽을 돌며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각국의 낙태권 현황을 알아본다는 대강의 기획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 [Read more...] about 연대, 투쟁, 승리의 기록: 『유럽 낙태 여행』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인 사회, 문제인가?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1위가 공무원이고 2위가 임대업자, 즉 건물주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진행자가 이건 문제라고 말한다. 알아보니 조사마다 결과가 좀 다른 것 같지만 확실히 꿈이 의사나 교사같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일이 많은 것은 한국 사람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정말 문제일까? 우리는 뭘 기대한 것일까? 내가 어릴 때는 장래에 과학자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뭐 그런 걸 기대하는 것일까? 그런 게 진취적인 꿈이니까? 현실은 … [Read more...] about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인 사회, 문제인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래서 어딘지 괴기스러워 보인다. 흔히 청년 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가 늘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 세대가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그곳은 언제나 밝고 희망차고 화려하다. 청년 세대에 대한 담론과 인스타그램의 간극은 마치 매트릭스의 밖과 안처럼 극명하다. 수많은 청년이 끊임없이 여행을 … [Read more...] about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https 차단 사이트 논란에 부쳐: 정부의 선의를 믿을 수 있을까
비트토렌트 사이트 접속이 안 되는 것이 CDN 서버의 단순 장애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 리전에서만 하필 장애가 생겼고 그래서 페이지를 제대로 못 불러오고 있다는 설명인데… 오늘의 문제는 그럴 수도 있다. 과민한 의심이고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작년 5월, 처음 해외 DNS(8.8.8.8 / 1.1.1.1)가 막혔을 때, 아침부터 갑자기 전에 없던 일이 생기니까 I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시끄러워졌다. … [Read more...] about https 차단 사이트 논란에 부쳐: 정부의 선의를 믿을 수 있을까
주말 사이 도미조림이라는 키워드가 핫하다
주말 사이 도미조림이라는 키워드가 화젯거리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얼마 전, 대한항공 조현아 씨의 남편이 조 씨를 가정폭력으로 고소했다. 조 씨 남편은 조 씨가 자신에게 폭행을 가하고 자녀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있으며, 자신은 그로 인해 공황장애가 생겼고 약도 먹고 있다면서 평소 폭언이 담겨있는 음성 녹음을 공개했다. 이 녹음을 들어보면 조 씨가 남편에게 '아까 식사 자리에선 왜 그렇게 도미조림을 게걸스럽게 먹었느냐, 너 때문에 창피했다, 약물 복용해서 그랬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몰아세우는 … [Read more...] about 주말 사이 도미조림이라는 키워드가 핫하다
‘건강식’의 지나친 도덕화, 저소득층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한 식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신념 차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사’(healthy eating)를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식사’란,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같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고 대신에 과일과 채소, 유기농 식품 등을 위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건강은 남은 생애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시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보건소에서 학생들의 식사 행태 개선을 … [Read more...] about ‘건강식’의 지나친 도덕화, 저소득층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민달팽이들이 바라는 부동산 정책
나는 서울과 지방을 자주 이사 다니며 자랐다. 중학교 시절 살던 동네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인데, 유명 중고등학교와 입시학원이 밀집한 곳이었다. 우리 집 맞은편 아파트는 매우 허름했는데도 10여 년 전인 당시 매매가가 10억 원이나 된다고 했다. 서울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학군이 좋고 유명학원이 가까이 있어서라고 들었다. 어린 마음에도 ‘서울에 내 집을 갖는 건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지방으로 이사하자, 같은 평수에도 집값이 훨씬 쌌다. 집 장만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드니 우리 … [Read more...] about 민달팽이들이 바라는 부동산 정책
카풀 서비스 ‘한국형 해법’의 핵심 원칙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아나바다’ 캠페인이 호응을 얻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절약과 재활용 운동이었다. 이 운동이 최근 새로운 의미로 다시 등장했다. 자주 쓰지 않는 공구나 차량, 주거와 사무 공간, 경험과 지식까지 나눈다는 ‘신(新) 아나바다 운동’, 즉 공유경제다. 과거의 아나바다가 자원을 아껴 쓰자는 목적이 강했다면 공유경제는 공급자에게 새로운 이익의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싸고 편리한 대안을 제공하면서 … [Read more...] about 카풀 서비스 ‘한국형 해법’의 핵심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