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여성에게 ‘서른’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이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지나기 전까지는 막연하고, 두렵고 또 궁금하다. 나의 서른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쥔 건 없는데 여자 인생은 서른에 결판이 난다는 듯, 세상은 날 몰아붙였다. 그 무렵 제2의 사춘기를 겪는 듯 혼란스러워하던 또래 친구들은 각자 서른을 맞이하는 특별한 기념식을 거행했다. 누군가는 퇴사하고 긴 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떠났고,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또 누군가는 꾸역꾸역 다니던 회삿일을 정리하고 본가가 있는 … [Read more...] about 서른 살의 샤넬 백: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위한 셀프 선물
여행의 꽃은 1일 1마트: 프랑스, 중국, 스페인 마트를 정리해보자
여행자의 흥분지수를 가장 높이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단연 ‘마트’다. 전통시장의 활기, 흥정보다는 마트의 쾌적함과 편의성이 익숙한 세대다운 선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언어가 다르듯, 그 나라의 마트에는 고유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식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글로벌 브랜드 상품들이 장악한 마트에서 그곳만의 크고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여행자의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참새가 … [Read more...] about 여행의 꽃은 1일 1마트: 프랑스, 중국, 스페인 마트를 정리해보자
그놈의 ‘인생샷’, 전 사양하겠습니다
언젠가 서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에 간 적 있다. 영화 속 세트장에 들어온 것처럼 낯설지만 신기한 풍경이 이어졌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고, 눈길 닿는 곳마다 달력 속 풍경 사진 같았다. 오롯이 그 순간의 공기와 느낌을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 적당한 자리에 앉아 촘촘히 공간과 시간을 스캔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의 경적소리, 상인의 호객소리, 성당에서 퍼지는 종소리, 하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등 각종 생활 소음조차 여행의 BGM이 되는 그곳에서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의 평화를 … [Read more...] about 그놈의 ‘인생샷’, 전 사양하겠습니다
뭐 하세요? 가을인데 걸어야죠! (※ 서울 위주 주의)
우리 함께 걸어요 1년 중 걷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걷기 중독자는 이맘때면 1분 1초 가는 게 아깝다. 늑장 부리며 다음으로 미루기엔 참을성 없는 가을은 우리를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모자를 눌러쓰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냉큼 밖으로 나선다. 하늘은 끝없이 높고 적당히 따가운 햇볕과 습기 없이 보송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힌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가 없듯, 시시각각 다른 색을 뽐내는 나뭇잎들의 배웅을 받으며 걷는다. 가을에 걷기 딱 … [Read more...] about 뭐 하세요? 가을인데 걸어야죠! (※ 서울 위주 주의)
걷기만 해도 충분해
하루에 10km. 평균 일주일에 4–5번. 총 220만 842걸음. 걸었던 거리 1,628.6km. 1년에 평균 약 3,600만 걸음. 휴대전화를 바꾼 지 3년, 그간 휴대전화 속 걷기 앱이 기억하는 지난 3년간 내가 걸었던 기록이다. 걷기의 시작은 단순했다. 엄마가 50대 중반일 무렵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의사의 말로 수술 전 엄마의 무릎 상태는 80대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30년이나 더 일찍 무릎이 망가져 버린 엄마. 불행 중 다행일까? 수술 후 누워 있는 엄마를 보며 의사는 … [Read more...] about 걷기만 해도 충분해
빈틈 많은 여행이 좋은 점
성격이 팔자라는 말이 있다. 난 나 자신이 늘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잘하지 못하면 열심히라도 하자’가 20대 때 나의 삶의 모토였다. 나의 단점을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에 단련되어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 내 책임’으로 돌리고 나를 갈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 세상에 결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 나를 갈고닦았다. 하지만 그 강박은 나의 목을 조르고 결국 나의 무릎을 꺾이게 만들었다. 결국 내가 닳아 없어진 것이다. … [Read more...] about 빈틈 많은 여행이 좋은 점
아휴 서른이면 애기지 애기
오랜만에 친구 S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짝꿍으로 처음 만나 평생을 ‘절친’라는 이름으로 얽힌 사이. 우리는 수많은 흑역사와 화양연화를 함께 만들어 왔다. 그녀는 이제 7살이 된 딸을 둔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자 사람이다. 꽤 오랜 시간 IT업계에서 유능한 기획자로 일했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후, 다시없을 그 소중한 시간을 딸과 함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S는 과감히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주부의 임무를 다한다. 하지만 곧 길고 긴 딸의 유치원 방학이 시작되면 당분간은 꼼짝 못 한다. … [Read more...] about 아휴 서른이면 애기지 애기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장마와 무더위가 뒤섞인 딱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해 전 아프리카에서 열흘간의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 층 문을 나섰을 때, 내 얼굴을 강타한 그 뜨겁고 습한 공기. 콧속으로는 스팀다리미의 스팀을 넣는 거 같은 그 기분. 감당할 수 없는 끈적한 기운이 나를 덮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와 이게 말이 돼? 아프리카보다 한국이 더 덥네. 불과 24시간 전까지 내가 머문 아프리카는 기온이 … [Read more...] about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방송국 것들의 커피
직장인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취향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 많은 노동자에게 커피는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버티기 위한 생존 연료다. 살기 위해 마시고 습관처럼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마신다. 나 역시 출근길, 미팅, 회의 등등 인사처럼 건네는 커피를 다 마시면 하루에 5–6잔은 훌쩍 넘을 것이다. 일정량 이상의 커피를 마셨을 때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지 않도록 애써 노력한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사과나무를 … [Read more...] about 방송국 것들의 커피
불필요한 것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
여행 짐 쌀 때는 불필요한 것들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 (Feat. 구도 쉘리) 여행 좀 다녀 본 여행자들 사이에는 그런 말이 있다. 여행을 위해 싸는 짐의 무게는 전생에 쌓았던 업보의 무게라는 것. 처음 들었을 때는 웃으며 넘겼던 말이 여행 경험치가 쌓이면 쌓일수록 진리구나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쌀 때면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짐을 쌀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사용 빈도 및 활용도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메기고 하위권은 가차 없이 캐리어에서 뺀다. 혹시나 쓸 … [Read more...] about 불필요한 것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