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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상류층을 향한 관음증적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

2020년 4월 26일 by 정지우

1.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상류층 삶에 대한 관음증적 몰입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스카이캐슬>에서부터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런 작품들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속에 담긴 ‘천상 위의 삶’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할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하나같이 멋지게 빼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열거나, 먼지 한 톨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고요히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 나온다. 구질구질함이나 질척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어떤 표백된 시공간이 수시로 등장하고, 그것이야말로 상류층의 삶을 표상하는 듯하다.

<SKY캐슬> 1화의 포문을 열어젖힌 파티 장면. / 출처: JTBC

 

2.

경제적으로 상류적인 삶에 대한 관심은 사실 드라마나 영화 이전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상향평준화된 이미지’들이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자기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피드에 늘어놓고, 무수한 사람은 그에 동참하여 서로가 서로를 동경하고, 그 속에서 묘한 천상 속의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아무도 매일같이 엉망이 되고 널부러지는 침실의 사진을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이 한 번도 잔 적 없는 것 같은 하얀 이불의 침실을 찍어 올리고 싶어 한다. 매일 먼지가 쌓이는 집 안 구석보다는, 잡티 하나 없는 미니멀리즘적이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찍어 피드에 올린다.

근래 유행하고 있는 그 어떤 삶에 대한 동경, 관음증적인 몰입, 모든 게 표백된 시공간에 대한 관심 혹은 흥미 같은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 아래 깔려 있는 묘한 결벽증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완벽하고도 깨끗한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믿음 혹은 집착이 문화 전반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그것은 단순한 시기 질투나 욕망을 넘어서 어떤 강박이 되었다. 강박은 삶의 밑바탕을 뒤흔든다. 내 삶을 그런 순간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 모든 걸 얻은 상류층의 삶이 그러하니 그것이 바로 최상의 상태라는 생각, 나의 삶도 그렇게 ‘보여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완벽하게 ‘상향평준화’된 삶을 대중들이 갈구한다는 일종의 증명이 되어가고 있다. / 출처: bass

 

3.

그에 비하면 한때 우리나라 드라마나 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달동네 로맨스, 가난한 주인공의 자수성가, 서민들의 정겨움 따위가 녹아있는 정서는 서서히 물러나는 것 같다. 그런 시공간들은 더 이상 로망이 될 수 없다. 너무 구질구질하고 충분히 화려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깨끗하지 않다.

90년대에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달동네 서민 이야기를 그렸던 전형적인 드라마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의 정서랄 게 있다면, 그것은 서로의 엄격한 분리, 청결, 표백, 격리, 그를 통해 지탱되는 깔끔함이다. 집안의 인테리어에서부터 관계나 연애의 방식, 내가 누리는 시공간과 삶 전반이 가능한 한 가볍고 깔끔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화적 경향성은 나쁜 걸까? 오히려 좋은 걸까? 쉽사리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문화가 어딘지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개츠비가 쌓아 올린 저택의 허상처럼,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매트릭스 같은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삶은 이미지가 아니다. 살과 살이 부대끼는 현실이다. 언제나 깔끔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가끔은 다소 구질구질한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삶뿐만 아니라 SNS의 피드에 올라오는 삶조차, 그토록 가까운 현실 속에 있는데도, 가끔은 완벽하게 윤택한 것만 같다. 마치 그 위를 걸으면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대리석처럼 느껴진다.

살아간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 삶 속의 매일에 안착한다는 것, 그리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고 또 삶에 만족하며 나 자신을 누릴 줄 안다는 것이 과연 이런 문화적 트렌드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고민해볼 일이다. 어쩌면 둘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거의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더 쉽게 부서지게 하는 데 이런 문화가 기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누리는 것들, 쉽게 욕망하는 것들을 언제나 가장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시대의 진실이기도 할 것이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

Filed Under: 문화

필자 정지우 twitter facebook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JTBC, MBC 등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지니스 리뷰〉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작권·개인정보·형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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