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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안꾸’ 트렌드, 무수한 욕망이 지저분하고 귀엽게 뒤섞인 모양새

2020년 1월 16일 by 정지우

2019년 트렌드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꾸안꾸’였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옷을 입거나 외모를 가꾸는 걸 의미하는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특히 대단한 호응을 일으킨 듯했다. 대놓고 너무 비싸고 멋진 옷이나 화려한 화장 등은 오히려 ‘촌스럽다’고 느끼고, 반대로 대충 입은 듯 보이지만 반듯하거나 준수하고, 꾸미는 것에 그다지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그런 미묘한 상태가 ‘가장 멋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말해주는 것은 우선 사람들이 타인의 ‘의식’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대놓고 꾸미고 다니는 일에는 ‘나 멋지지? 나 예쁘지?’ 하는 의식이 깔려 있고, 사람들은 그런 미묘한 의식을 캐치한다. 그리고 그런 의식이 싫고, 촌스럽다고 느낀다. 반대로는 스스로도 그렇게 보이길 바라지 않는다. 안 꾸민 척하면서 그럴싸하게 보이길 원하지, 열심히 꾸민 것처럼 보이길 바라지 않는다. 타인 의식의 어떤 층위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타인의 의식’을 제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까지 제거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 바야흐로 SNS와 전시의 시대가 도래했고, 일상의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전시하며 시선을 즐기는 건 이미 시대적인 욕망이 되었다. 인간의 기본 욕구는 의식주와 관련되어 있다곤 하지만, 이제는 입는 것도,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잘 전시해야만 완성될 수 있는 무엇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전시’는 고의적인 의식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의식이 제거된 깨끗하고 무결한 무엇에 가까워졌다.

순수한 이미지, 순수한 시선, 순수한 전시에 대한 욕망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완성되는 것은 “나는 당신을 신경 쓰지도 않고, 당신에게 잘 보이길 원하지도 않고, 오로지 나를 이미지 그 자체로 선망해주는 순수한 시선만을 바란다”는 욕망이다. 이런 욕망은 SNS의 전반적인 성행, 특히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치중한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의 확산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순수한 이미지 속에 있길 바라고, 순수한 이미지 자체가 되길 원한다.

그러나 사실 이런 이미지는 거짓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머릿속은 복잡하기 마련이고, 크고 작은 욕망이 뒤섞여 있다.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위험은 피하고 싶고, 동시에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건 싫고, 평가한다면 쿨하고 멋진 사람으로만 평가해주었으면 좋겠고… 이런 자질구레한 현실이 늘 삶에는 뒤섞여 있는 것이다. 삶은 결코 순수할 수만은 없고 인간은 언제나 불순하기 마련인데도, 이런 지향은 그런 측면이 없는 상태를 바라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절실히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삶이란 원래 자질구레한 측면이 있기 마련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도 결코 완벽한 이미지이기만 할 수는 없으며, 내 안에는 무수한 욕망이 지저분하고 귀엽게 뒤섞여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시선도 더 관대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꾸민 듯 안 꾸민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대놓고 꾸며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나쁜 건 아니다. 안 꾸미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듯이 말이다. 사람은 어차피 다 그런 마음들을 복잡하게 지니며 살아가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Filed Under: 문화, 패션

필자 정지우 twitter facebook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JTBC, MBC 등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지니스 리뷰〉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작권·개인정보·형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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