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ip to content
  • Skip to secondary menu
  • Skip to primary sidebar
  • Skip to footer

ㅍㅍㅅㅅ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Home
  • 스타트업
    • 마케팅
    • 투자
  • 시사
    • 경제
    • 국제
    • 군사
    • 사회
    • 언론
    • 역사
    • 정치
    • 종교
  • 문화
    • 게임
    • 교육
    • 덕후
    • 만화
    • 스포츠
    • 애니
    • 연예
    • 영화
    • 인문
    • 음악
    • 책
    • 학문
  • 테크
    • IT
    • SNS
    • 개발
    • 공학
    • 과학
    • 디자인
    • 의학
    • 환경
  • 생활
    • 건강
    • 부모
    • 성인
    • 여행
    • 영어
    • 음식
    • 패션
  • 특집
    • 개드립
    • 인터뷰
  • 전체글

〈어벤져스〉 스포일러 대란에 관한 단상

2019년 5월 20일 by 정지우

영화 〈어벤져스〉의 스포일러에 대한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서, 영화란 거의 최후의 경험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일러에 대한 거부란, 나의 고유한 경험을 훼손하지 말라는 요구다. 그런데 이런 식의 요구는 우리 시대에 거의 영화에만 남게 되었다. 그 밖의 거의 모든 일에는 스포일러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온전히 그 시간의 경험을 완벽하고 고유하게 누리고 싶다는 열망이 무척 강하다.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인스턴트식 혹은 대리적 경험이 성행하고 있다. 책을 요약해서 읽어주고 보여주는 콘텐츠들, 여행지의 세부적인 사진과 영상들에 대한 제공, 음식을 대신 맛보아주고, 전시회에 대해 미리 내용을 찾아볼 기회, 심지어 사랑조차 썸만 추구하는 등 세상 거의 모든 것은 ‘고유한 경험’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영화만큼은, 그 짧지 않은 두세 시간의 경험만큼은 완벽히 ‘내 것’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무척 강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스토리텔링이 핵심인 콘텐츠라는 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야기는 그 서사를 스스로 따라가며 얻는 재미와 감동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우리가 기나긴 서사 속에서 얻는 감동, 경험 자체를 추구한다는 게 이 시대에는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짤방화’되고 ‘세줄요약화’되고 ‘인스턴트화’되는 시대에도, 최후의 경험 영역만큼은 지니고 싶다는 인간적인 열망이 그나마 영화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스포일러에 대한 거의 필사적이고 절박한 저항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연인이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스포일러는 ‘장난’ 따위가 아니다. 우리 삶을 걸고 누리고 싶은 경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바쁜 일상에서, 그나마 시간을 내어,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누리길 바라는 인생 최고의 순간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아이맥스 같은 거대 스크린에 대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집착과 성행도 우리가 얼마나 이 ‘영화적 경험’에 목을 매고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스포일러는 나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 삶에서 고유한 경험이 줄어들었기에, 이처럼 작품 한편을 온전히 감상하는 일에 그만큼 더 집착하고 몰두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현상을 둘러싼 일련의 반응들은 대단히 심각하고 진지하고 절박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영화를 사랑하며 영화에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에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Filed Under: 문화, 영화

필자 정지우 twitter facebook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JTBC, MBC 등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지니스 리뷰〉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작권·개인정보·형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Primary Sidebar

SPONSORED

RECOMMENDED

Footer

ㅍㅍㅅㅅ

등록번호: 서울, 아03293
등록일자: 2014년 8월 18일
제호: ㅍㅍㅅㅅ
발행인: 이승환
편집인: 이승환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발행일자: 2014년 8월 18일
전화번호: 010-2494-1884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승환
Privacy Policy

Copyright © 2025 · Magazine Pro on Genesis Framework · WordPress · Log in